[인디펍] 두 번째 서평: 사포 우리 친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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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처럼 산산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밤이었다. 그 밤, 그 밤을 가로지르던 길, 홀로 집으로 돌아가던 길, 그때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애처로운 영물 같았다. 세상의 도리를 알지만 이치는 알지 못하는. 그러한 채로, 나는 밤을 가득 채운 어둠이 슬어가는 것도 모른 채 하릴없이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그 눈빛이 잊히지 않아서. 그 눈빛을 잊고 싶어서. 발에 물집이 생기고 뒤꿈치에 생채기가 나도록 걸었더랬다.
누군가를 좋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하게 되는 것이란 사실을, 94년처럼 더웠던여 름날 깨달았다.
-어느새 中
작은 친절에 쉽게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짝사랑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특히 그 언니가 힘들 때 찾는 사람이 연지라는 사실이 참 묘하게 느껴졌다. 연지는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려고 애써 보았지만, 결국 더 힘든 상황에서 언니를 위로해주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위로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 역설적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비록 둘이 이어지는 결말은 아니었지만, 마지막에 언니가 연지를 어떻게 생각했는 지 말해주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언니가 연지를 진정한 친구로 여겼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면서도, 연지의 입장에서는 그 다정함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지 상상이 되었다. 연지가 결국 그 관계를 끊어내기로 한 결정이 맞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관계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 상황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다.
결국 연지도 후배와 잘 만나고 있고, 언니도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그런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들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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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구였는데 친구는 아니어다. 우정도 사랑인데 우정과 사랑은 다르다고, 어긋난 선을 그은 채 관계를 꾸려나가던 시절이 있다. 쉬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도 문뜩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많은 시간을 보낸 후 겨우 알게 되었다. 단절된 관계를 더듬으며 이별에 대해 두서없이 적어 내려가다 깨달은 감정이다. 그 후에 단순한 동경, 혹은 우정이라고 생각했던 여자들과의 관계가 차례대로 떠올랐다.
-우리 中
문득 생각해보면 단절된 관계들이 종종 떠오른다. 어쩌면 나역시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당연히 친구라고 여겼고 그 당시 나의 큰 일부분을 차지했었지만, 몸이 점점 멀어지며 연락이 끊겨버린 관계. 당시에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관계들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또 왜 그렇게 끝나버렸는 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도 문득 그 시절의 친구들이 생각나는 건, 어쩌면 그 관계들 속에서 놓쳐버린 것들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수한 환경이 사람들을 옭아매는 울타리처럼 느껴졌다는 점에서, 나 역시 공감하며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게 느껴졌다. 일반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뿐인데, 왜 그 특수한 환경이 사람들을 억압하고, 혐오 발언이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지는 지 의문이 든다. 그냥 섞여서 살아가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왜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있을 때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 지 생각하게 된다.
억안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정과 관계를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관계들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었을지 되새기게 된다.
사실 이런 주제의 책은 처음 접해 본다. 이왕 책 4권을 고르는 김에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해보고 싶었는데, 그 선택이 정말 만족스럽다. 이 책은 여러 의미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평소 책 리뷰를 쓸 때 내 이야기를 크게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은 각 이야기들이 끝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 일상과 연결짓고 그로 인해 여러 생각이 계속 이어졌다.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들이 마치 내 삶의 한 조각처럼 느껴졌고, 덕분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마주하고, 그 속에서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와 진솔한 이야기들이 나에게도 작은 변화를 가져다준 것 같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과 감정을 통해 나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정말 특별했다.
나는 세상의 다양한 사랑과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책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랑의 이야기를 접하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기대된다. 이 책이 내게 준 공감과 깨달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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