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펍] 두 번째 서평: 사포 우리 친구였는데🌷

2024. 8. 20. 12:10
728x90

 
 
 

 

 

새벽처럼 산산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밤이었다. 그 밤, 그 밤을 가로지르던 길, 홀로 집으로 돌아가던 길, 그때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애처로운 영물 같았다. 세상의 도리를 알지만 이치는 알지 못하는. 그러한 채로, 나는 밤을 가득 채운 어둠이 슬어가는 것도 모른 채 하릴없이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그 눈빛이 잊히지 않아서. 그 눈빛을 잊고 싶어서. 발에 물집이 생기고 뒤꿈치에 생채기가 나도록 걸었더랬다.
 
누군가를 좋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하게 되는 것이란 사실을, 94년처럼 더웠던여 름날 깨달았다.

 -어느새 中 

 
작은 친절에 쉽게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짝사랑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특히 그 언니가 힘들 때 찾는 사람이 연지라는 사실이 참 묘하게 느껴졌다. 연지는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려고 애써 보았지만, 결국 더 힘든 상황에서 언니를 위로해주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위로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 역설적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비록 둘이 이어지는 결말은 아니었지만, 마지막에 언니가 연지를 어떻게 생각했는 지 말해주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언니가 연지를 진정한 친구로 여겼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면서도, 연지의 입장에서는 그 다정함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지 상상이 되었다. 연지가 결국 그 관계를 끊어내기로 한 결정이 맞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관계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 상황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다. 
 
결국 연지도 후배와 잘 만나고 있고, 언니도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그런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들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친구였는데 친구는 아니어다. 우정도 사랑인데 우정과 사랑은 다르다고, 어긋난 선을 그은 채 관계를 꾸려나가던 시절이 있다. 쉬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도 문뜩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많은 시간을 보낸 후 겨우 알게 되었다. 단절된 관계를 더듬으며 이별에 대해 두서없이 적어 내려가다 깨달은 감정이다. 그 후에 단순한 동경, 혹은 우정이라고 생각했던 여자들과의 관계가 차례대로 떠올랐다. 

 -우리 中 

 
문득 생각해보면 단절된 관계들이 종종 떠오른다. 어쩌면 나역시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당연히 친구라고 여겼고 그 당시 나의 큰 일부분을 차지했었지만, 몸이 점점 멀어지며 연락이 끊겨버린 관계. 당시에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관계들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또 왜 그렇게 끝나버렸는 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도 문득 그 시절의 친구들이 생각나는 건, 어쩌면 그 관계들 속에서 놓쳐버린 것들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수한 환경이 사람들을 옭아매는 울타리처럼 느껴졌다는 점에서, 나 역시 공감하며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게 느껴졌다. 일반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뿐인데, 왜 그 특수한 환경이 사람들을 억압하고, 혐오 발언이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지는 지 의문이 든다. 그냥 섞여서 살아가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왜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있을 때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 지 생각하게 된다. 

 

억안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정과 관계를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관계들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었을지 되새기게 된다. 

 
 


 
 
 

사실 이런 주제의 책은 처음 접해 본다. 이왕 책 4권을 고르는 김에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해보고 싶었는데, 그 선택이 정말 만족스럽다. 이 책은 여러 의미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평소 책 리뷰를 쓸 때 내 이야기를 크게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은 각 이야기들이 끝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 일상과 연결짓고 그로 인해 여러 생각이 계속 이어졌다.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들이 마치 내 삶의 한 조각처럼 느껴졌고, 덕분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마주하고, 그 속에서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와 진솔한 이야기들이 나에게도 작은 변화를 가져다준 것 같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과 감정을 통해 나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정말 특별했다. 

 

나는 세상의 다양한 사랑과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책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랑의 이야기를 접하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기대된다. 이 책이 내게 준 공감과 깨달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독립출판 플랫폼 인디펍

독립출판 제작자와 독립서점을 연결합니다.

indiepub.net

 

728x90
LIST

BELATED ARTICLES

more